암을 이기기 위한 첫번째 스텝,
마음바꾸기. 마음다스리기. 마음챙기기
암에 걸리고 나서 제일 먼저 한 일
내 자신과 내가 살아온 날들에 대한 체크를 해봤다. 그 속에서 나쁜 것이나 잘못된 것들에 대한 것들은 발견해내고 반성과 다짐을 통해 '지금까지와 반대로 살면 되겠다'는 결론을 돌출해냈었다. 이제 그 다음을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암에 걸리고 제일 먼저 내가 바꾼 것은 마음이었다. 나를 유심히 관찰해보니 나를 괴롭히는 건 다름 아닌 나자신이였다. 예민한 것도, 강박증도, 짜증도, 피곤도 다 내가 만들어 낸 나의 결과물. 예전에는 남이 나를 괴롭게 한다고, 나를 공격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가만히 있는데 그들이 나를 자극하고 나를 못살게 군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애초에 태어난 기질 자체가 예민한 사람이었고 다른 사람들보다 작은 자극에도 크게 반응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힘들었던 것이지 남들이 일부러 나를 괴롭게 하고 못살게 구는 것이 아니였다. 그러니 남을 문제라고 생각해서 변화시킬 일이 아니였다. 나를 바꾸는 게 맞는 것이다. 사실 타고난 것을 바꾼다는 것이 말처럼 그리 쉬운일 이 아니다. 그런데 그게 내가 암에 걸린 수많은 이유중에 가장 유력한 이유라면 무조건 바꿔야 한다는 결론. 내가 바뀌지 않는 한 계속 그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내 몸을 괴롭게 만들어 또 병을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나를 즉시 바꾸었다.
예를들면 이런식으로.
기분나빠지려하는 일이나 사람은 피해버린다. 타인의 기분 나쁜 말을 그냥 흘려 버린다. 해결되지 않은 문제는 바로 포기한다. 신경쓰지 않는다. 오늘 걱정은 오늘로 끝낸다. 시시비비 가리지 않고 그냥 내가 손해보고 만다. 어떤 일이든 오늘 지금 당장 꼭 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린다. 삶에 너무 많은 규칙을 세워서 나를 통제하지 않는다.
나를 방목하기로 한다.
예전에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던 일이나 할 수 없을 것 같은 일들은 사실 내가 나를 괴롭히려고 만든 트랩과 같은 것이다. 트랩이 많으면 많을 수록 트랩에 걸리는 피해자는 내가 되는 것이다. 난 이게 싫어, 난 저게 맘에 안들어, 이건 이렇게 해야지 하는 마음같은 건 사실 남을 통제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를 통제하는 것들이다. 삶에 규칙이 너무 많으면 또는 다른 사람의 어떤 말이나 행동들이 내 기준에서 싫은 게 많으면 많을 수록 나는 괴로워진다. 세상에 정확하게 나의 기준과 마음에 합한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매일 누군가와 부딪치면서 살아야 하는 인생에 내가 스트레스를 만들어서 굳이 나를 피곤하게 할 필요가 뭐가 있을까. 그냥 대충 살자. 빡빡하게 해봤자 나만 손해다. 삶이 느슨하고 슬로우해야 틈이 생기고 그 틈으로 좋은 것들도 채워진다. 나를 양떼 몰 듯 끌고 가려고 하지 말고 방목하자. 그래야 산다.
그리고, 동생의 조언에 따라 매일 감사노트를 쓰기 시작했다. 처음엔 아무리 감사하려고 해도 뭘 감사해야 하는 지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암에 걸렸고, 현재 인생에서 최악으로 험난하고 고단한 삶의 지점에 서있고, 매일 매일 눈을 뜨면 마주하는 병들고 피폐해진 현실과 끊이지 않는 내적갈등과 절망과 우울만 보일 뿐인데, 이 와중에 감사라니.. 이거 너무 억지 코메디 아닌가?
그런데 참으로 신기한 것이 감사할 게 없다면서도 자꾸 생각하다 보니 조금씩 나의 형편과 생활과 주변을 둘러보게 되고 그러면서 그래도 다행이다라는 부분들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래, 내가 지금 숨쉬는 게 어디야 팔다리가 있는 게 어디야 감사하지. 감사. 감사. 감사. 그렇게 내 삶은 간증이 되어버렸다. 밤에 누울 수 있는 집이 있어서 감사하고, 아침이면 내게 허락된 이 하루가 너무나 감사하고,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감사하고, 말을 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걸을 수 있어서 감사하고, 노래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숨쉴 수 있어서, 아름다운 노을, 바다를 볼 수 있어서, 나를 사랑해주는 가족이 있어서, 나를 위해 기도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 얼마나 감사한지.. 평소에는 당연하고 뻔하고 사소한 것들이 왜 이렇게 감사한지 눈물이 날 정도였다. 그렇게 매일 감사를 하다보니 기쁨도 생겼다. 감사노트는 위력이 참 대단하다. 내가 암환자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지만 더이상 암때문에 절망하는 사람이 아니고 슬퍼하는 사람이 아니고 억울한 사람이 아니고 우울한 사람이 아니였다. 삶에서 감사는 정말 중요한 것이였다. 내게 허락된 모든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결핍되고 몹시도 필요한 것일 수 있다는 것을 뼈져리게 느꼈다. 내 지금 상황과 문제를 해결할 힘은 비록 내게 없지만 내 마음을 바꾸는 것, 내 마음을 다스리는 것, 내 마음을 챙기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다.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하자. 내 마음 알아 줄 사람 나밖에 없고, 내 마음 지켜줄 사람또한 나밖에 없다. 그게 내가 암에 걸리면서 비싸게 배운 교훈이다.
암이 좋아하는 것 = 스트레스
사람은 죽음앞에서 누구나 살려고 필사적이된다. 그런데 삶과 죽음 어디쯤에 어쩡쩡이 서있으면 모든 게 다 허무해진다. 이게 사는 것도 아니고, 죽은 것도 아니고 뭐라 말할 수 없는 감정속에서 점점 무기력해진다. 슬픔이 먹구름처럼 몰려와 매일 머리위에서 비가 내리고 번개가 친다. 웃고 싶어도 웃을 수가 없다. 웃음이 안난다. 옆에서 누가 웃고 있으면 ' 참.. 넌 좋겠다..' 부럽다가도 화가난다. 사람이 웃음을 잃어버리면 그 다음은 뻔하다. 원망, 자기비하, 신세한탄. 그런데 이런 마음은 암이 제일 좋아한다. 암은 내가 스트레스를 받는 걸 좋아한다. 내가 스트레스를 받아서 몸이 암을 죽이는 킬러 세포( NK세포)들을 활성화 시키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암의 생존방법이다. 암이 내 몸을 다 갉아 먹게 하고 싶지 않다면 지금부터라도 마음부터 바꿔야 한다. 오늘 하루, 내 마음이 지옥에서 살 것인가, 아니면 천국에서 살 것인가 결정해야 한다. 당신에게 오늘 하루 24시간이 선물로 왔다고 치자. 이 하루를 선물한 분이 당신 괴로우라고, 슬퍼하라고 이 선물을 보냈을까? 아마도 그 분은 당신이 분명 기뻐하고 행복한 하루를 보내기를 바랄 것이다. 이게 핵심이다. 우린 오늘 기쁘게 하루를 살 수 있다. 이건 내 선택이다.
암이 싫어하는 것 = 웃음
암은 웃음을 싫어한다. 웃을 때 우리 몸에서는 엔도르핀, 엔케팔린,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이 나온다. 이게 얼마나 강력한 항암제냐면 면역력이 200배나 높아지고 암을 잡아먹는 킬러라 불리는 NK세포가 활성화된다. 그래서 암환자는 웃을 일이 없어도 거울을 보면서라도 웃어야 한다. 억지로 웃다보면 진짜 웃음이 나는 마법. 웃긴 영상을 찾아 보거나 재밌는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다. 나는 암환자가 된 후로 설겆이를 할 때마다 컬투쇼 레전드 모음같은 것을 유튜브에서 틀어놓는다. 재밌는 이야기에 빠져들다보면 어느새 큭큭대면서 웃고 있다. 생각보다 이 방법이 좋았다. 하루에 정말 한번도 웃지 않을 때도 있었는데 그래도 설겆이 할 때마다 웃게 되어서 하루 웃음 총량을 채우는 느낌. 완전 성공.
암에 걸리면 혼자 섬에 떨어진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아무도 없는 섬에 고립되버린 느낌. 세상은 너무나 잘 돌아가는데 나만 혼자 떨어져 나와 섬이 되버린 기분말이다. 당신에게 지금 이 말이 위로가 될 지 모르겠지만 인간은 모두 고독하다. 다들 잘 살고 있는 것 같고, 다 행복해보여도 그 들도 다 그들만의 고독한 섬이 있다. 우리에겐 고독을 받아 들이던지, 넘어가든지, 무시하던지 그런 저런 선택만 있을 뿐.
<고독> 이라는 시로 이 글을 마치려 한다.
엘라 윌러 윌콕스(Ella Wheeler Wilcox) - 고독(Solitude)
Laugh, and the world laughs with you; Weep, and you weep alone. For the sad old earth must borrow it's mirth, But has trouble enough of it's own. Sing, and the hills will answer; Sigh, it is lost on the air. The echoes bound to a joyful sound, But shrink from voicing care. Rejoice, and men will seek you; Grieve, and they turn and go. They want full measure of all your pleasure, But they do not need your woe. Be glad, and your friends are many; Be sad, and you lose them all. There are none to decline your nectared wine, But alone you must drink life's gall. Feast, and your halls are crowded; Fast, and the world goes by. Succeed and give, and it helps you live, But no man can help you die. There is room in the halls of pleasure For a long and lordly train, But one by one we must all file on Through the narrow aisles of pain.
웃어라,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만 울게 되리라, 낡고 슬픈 이 땅에선 환희는 빌려야만 하고, 고통은 그 자체만으로도 가득하니까. 노래하라, 언덕들이 응답하리라 탄식하라, 허공에 흩어지고 말리라 메아리들은 즐거운 소리에 춤을 추지만 너의 근심은 외면하리라. 기뻐하라, 사람들이 너를 찾으리라 슬퍼하라, 그들은 너를 떠날 것이다. 사람들은 너의 즐거움을 원하지만 너의 고통은 필요로 하지 않는다. 즐거워하라, 그러면 친구들이 늘어날 것이다. 슬퍼하라, 그러면 그들을 다 잃고 말 것이다. 네가 주는 달콤한 술은 아무도 거절하지 않지만 인생을 한탄할 때는 너 홀로 술을 마시게 될 것이다. 축제를 열라, 그럼 너의 집은 사람들로 넘쳐나리라 굶주리라, 세상이 너를 외면할 것이다. 성공하여 베풀라, 그것이 너의 삶을 도와주리라. 하지만 아무도 죽음은 막지 못한다. 즐거움의 방들엔 여유가 있어 길고 화려한 행렬을 들일 수 있다. 하지만 좁은 고통의 통로를 지날 때는 우리 모두는 한 줄로 지나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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